국제개발협력연구원

조혼

세계적으로 7억 명의 여성들이 18세가 되기 전 결혼을 하며, 이 중 1/3이 넘는 약 250만명의 소녀들은 15세가 되기 전에 결혼을 합니다. 소년들 역시 청소년기에 결혼을 하지만,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숫자는 1억 5천여명으로 소녀들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조혼이 가장 성행하는 지역은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지역 아프리카입니다. 니제르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조혼율을 보이고 있으며, 방글라데시는 15세 이하 여아들의 조혼율이 가장 높습니다. 세계의 소녀 신부들의 42%는 남아시아 지역의 소녀들이며, 인도는 세계 소녀 신부들의 1/3을 차지합니다.

소녀들은 조혼으로 소중한 어린 시절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립되기도 합니다.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멀어지고, 교육과 고용의 기회도 제한됩니다.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결혼한 소녀들은 통계적으로도 학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말라위에서는 공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의 2/3는 조혼한 소녀들이며, 고등학교나 더 높은 교육을 받은 여성들 중에서는 조혼한 소녀들이 5%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통계는 소녀들이 조혼으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잃는다는 증거를 보여줍니다.

조혼은 소녀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소녀들은 콘돔을 사용하는 안전한 성관계를 원하지만 파트너에게 피임을 요구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며, 그 결과로 HIV 등의 성병이나 조기 임신에 노출됩니다. 또한 결혼 후에는 임신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기 때문에 소녀 신부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많이 갖게 됩니다. 네팔에서는 15세 이전에 결혼한 20-24세 여성들의 1/3은 3명 이상의 아이가 있습니다. 소녀 신부들은 임신했을 때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네팔, 나이지리아에서는 성인 여성이 병원과 같은 의료 시설에서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15세 이전 결혼한 소녀들보다 적어도 두 배 더 높습니다. 15세 이하 소녀들은 고위험 산모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진 병원에서 분만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조기임신 및 출산

개발도상국의 소녀들은 초혼 연령이 낮고 피임기구 사용률이 낮아 소녀 출산율이 높은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소녀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소녀의 임신은 산모 본인 뿐 아니라 영유아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소녀가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경우, 가난과 영양 결핍에 적절한 산전관리를 받지 못하며 신체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성인 임산부보다 산후 출혈, 비만, 정신 질환, 태아 및 신생아 사망, 산과적 누공 등에 노출될 위험이 더 높습니다.

특히 12세에서 20세 미만의 소녀가 출산하는 경우 자녀가 5세 이하에 사망하거나 저체중, 빈혈 등의 건강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소녀 산모의 풍진, 에이즈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 비만, 영양 결핍증, 임신당뇨병 등의 질병과 알코올, 흡연 등의 건강 관련 행동이 자녀들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와 동남아지역에서 어린 나이에 출산한 여성들이 성숙되지 않은 산도를 통하여 진통시간이 길어지는 폐색출산(obstructed labor)이 있는 경우 태아사망률은 95%, 산모사망률이 8%에 이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태아기와 출산 전후의 태아에 대한 집중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모성 건강 및 영유아 사망률을 개선하는 것이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녀들의 결혼과 임신을 방지하여 소녀들이 어린 나이에 출산으로 인해 겪게 되는 건강 문제나 교육기회의 박탈 등의 문제를 예방해야 합니다.